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과 출생률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지방의 인구 기반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이제 지방자치단체의 인구정책은 단순히 출산을 장려하거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사람이 찾아오고 머물며 다시 방문하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한 해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체류형 K-도서관’이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지난 20여 년 동안 지역 곳곳에 도서관을 확충하는 한편, 도서관의 기능을 단순한 독서와 책 대출 중심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문화·복지 공간이자 지역 관광의 거점으로 발전시켜 왔다.
특히 고치현의 ‘구름 위의 도서관’과 같은 차별화된 도서관은 지역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자리 잡으며 주민뿐만 아니라 외지 관광객까지 끌어들이는 명소가 되고 있다. 도서관이 더 이상 ‘책을 빌리는 곳’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콘텐츠와 건축, 문화, 관광을 결합한 하나의 목적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방에 대규모 건물을 새로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폐교, 유휴 공공청사, 빈 상가, 폐산업시설, 대형 유휴건물 등 민간과 공공의 유휴 공간을 적극 활용해 지역 특성에 맞는 복합형 도서관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서관 안에 북카페와 작은 공연장, 전시공간, 어린이 체험관, 지역 특산품 판매장, 로컬푸드 매장, 청년 창업공간, 공유오피스, 관광안내센터 등을 결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 책을 읽고, 부모는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관광객은 지역 특산품을 구입하며, 청년 창업가는 새로운 사업을 준비할 수 있다. 저녁에는 작은 음악회나 강연, 지역 예술인의 공연이 열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도서관은 ‘책이 있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지역 플랫폼이 된다.
특히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을 도서관 콘텐츠와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닷가 지역이라면 해양·관광 특화 도서관을, 산림지역이라면 숲과 생태를 주제로 한 도서관을, 역사도시라면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중심으로 한 도서관을 조성할 수 있다.
전국 어디에나 똑같은 형태의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체류형 도서관이 여러 지역에 조성된다면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관광객이 도서관을 방문하고, 인근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고, 숙박시설에 머물며, 지역 특산품을 구매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지역 주민들에게도 새로운 문화생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도서관 하나가 교육·문화·복지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를 들여 지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지역의 사람과 콘텐츠를 연결할 것인가’이다.
지방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지자체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새로운 시설을 건립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민간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지역 기업과 문화예술인, 대학, 주민 등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협력 모델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기본적인 인프라를 지원하고, 민간은 콘텐츠와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인구소멸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을 높이고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사람이 찾아오는 지역, 사람들이 머무르는 지역, 다시 찾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체류형 K-도서관’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공연을 보고, 전시를 관람하고, 지역 음식을 맛보고, 특산품을 구입하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하는 새로운 공간.
이제 도서관을 단순한 공공시설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책과 문화, 관광과 경제, 교육과 복지가 하나로 연결되는 ‘체류형 K-도서관’이야말로 지방소멸 시대에 지역을 다시 살리는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이 될 수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을 단순히 ‘지켜내는 정책’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찾아오고, 머물고, 소비하고, 다시 찾는 지역으로 변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방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랜드마크. 그 답이 어쩌면 우리 가까이에 있는 ‘도서관’에서 시작될 수 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전문위원 권성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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