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가 혼란의 한가운데 서 있다. 계엄령 논란에서 시작된 책임 공방은 이제 정당 내부 분열과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계엄 정국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외면한 채, 오히려 사태의 본질과는 무관한 인물을 극우나 내란 동조자로 몰아가는 식의 희생양 찾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오류를 넘어, 정당이라는 조직이 왜 위기에 빠졌는지를 보여주는 자화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한길이다. 계엄 당시 그는 정치적 무명에 가까운 시민 강사였다. 그가 무슨 힘이 있어 국가 권력의 최고위층에서 벌어진 계엄에 동조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장관은 계엄의 본질적 책임자에게는 칼끝을 들이대지 못한 채, 정작 영향력이 미미했던 인물에게 '내란 동조'라는 무거운 누명을 씌우고 있다. 정치적 희생양을 만들며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은 유권자의 판단을 우롱하는 일이며, 정치의 신뢰를 파괴하는 행위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당의 인사 시스템에 있다. 정당의 성패는 결국 ‘사람’, 즉 인재 발굴과 육성 시스템에 달려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이 중요한 과제를 방치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운영해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입당 두어 달 만에 대선 후보가 되었고, 한동훈은 입당 즉시 비대위원장이 되어 공천권을 사실상 독점했다. 오랫동안 당을 위해 노력한 이들이 아니라, 외부에서 온 신선한 인물들에게 최고 자리를 내준 셈이다. 신선함만으로는 정치를 이끌 수 없다는 점은 지난 선거의 결과가 증명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가치 기반의 인재 충원과 보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념에 충실한 이들이 시민단체, 언론, 노조, 교수집단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당과 연결되어 성장하고, 피라미드식 인사 구조 속에서 역할과 보상을 주기적으로 순환시킨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세금 낭비나 정실 인사의 문제도 있다. 그러나 조직 운영과 인재 관리 면에서만큼은 국민의힘보다 안정적이며 체계적이다.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는 낡은 보상 시스템을 과감히 버리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당을 위해 일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공천 기초소양시험이라는 실험적 제도를 도입했을 때, 비로소 당 안팎에서 “이 당이 달라지려 한다”는 기대가 일었다. 그러나 그런 시도마저 권력 싸움 속에 사라졌고, 당의 쇄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의 쇄신은 ‘사람 바꾸기’에서 시작된다. 물난리 난 현장에 나가 사진 몇 장 찍는 것으로 민심이 돌아올 거라 생각하는 정치는 이제 구시대 유물이다. 전문성과 헌신, 공공가치에 대한 철학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고, 당 안에서 일관되게 성장시켜야 정당의 미래가 열린다.
계엄 정국에 대한 진실 규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사태에서 드러난 지도층의 무책임과 정당 운영의 실패를 바로잡는 일이다. 스스로 책임이 있는 의원들은 퇴진을 선언하고, 당은 더 이상 ‘사적 인연’에 따른 공천이 아니라 실력과 헌신을 기준으로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
한국 정치가 진정한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제 ‘인재’라는 근본 문제에 답을 해야 할 때다. 정당은 선거 때만 국민을 찾지 말고, 평소에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공부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곧, 지금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요구하는 ‘국가 혁신’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