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론은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인구 감소, 지방 소멸, 재정 악화라는 위기 담론과 함께 통합은 마치 피할 수 없는 해법처럼 제시된다. 그러나 이 논의가 반복될수록 지역 사회에는 기대보다 피로감이 먼저 쌓인다. 통합이 과연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지, 아니면 현재보다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낼 위험한 선택인지에 대한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우선 분명히 해야 할 점은 통합이 현 체제의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구와 경북이 안고 있는 재정, 산업, 인구 문제는 행정구역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산업 경쟁력 약화와 청년 유출, 수도권 집중이라는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통합은 문제를 옮겨 담는 그릇의 크기만 키울 뿐이다.
오히려 통합은 현재보다 더 복잡한 갈등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행정 조직이 커질수록 의사결정은 느려지고, 지역 간 이해 충돌은 더욱 첨예해진다. 통합 이후 예산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갈등은 지금보다 훨씬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구 중심의 행정 운영이 현실화될 경우, 경북의 농촌·산간 지역은 이중의 소외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체성과 자치권 약화 문제 역시 통합의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경북 각 시·군은 서로 다른 역사와 생활권을 가지고 있지만, 통합 행정체계 속에서는 하나의 주변부로 묶일 위험이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권한이 축소되면 주민 참여와 생활 밀착 행정은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 행정 효율성이라는 명분이 민주성과 자치의 가치를 잠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정 문제 또한 간단하지 않다. 통합을 통해 재정이 넉넉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초기 통합 비용과 조직 개편 비용, 인프라 재배치 비용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통합 효과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재정 압박은 오히려 심화될 수 있으며, 그 부담은 결국 주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통합론이 선거용 구호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의 필요성만 강조될 뿐, 통합 이후의 구체적 행정 구조나 권한 배분, 갈등 조정 방식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민 공론화와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던져지는 통합 담론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통합이 정말 필요하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은 통합 선언이 아니라 검증이다. 현재 체제에서 해결 가능한 문제는 무엇인지, 통합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통합이 실패할 경우의 비용은 누가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검증 없이 추진되는 통합은 현재의 문제를 줄이기보다는 새로운 문제를 덧붙일 가능성이 크다.
대구·경북 통합은 더 이상 구호의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통합이 지금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확실한 근거와 설계가 없다면, 섣부른 통합은 지역 사회에 또 다른 혼란을 남길 뿐이다.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통합론이 아니라, 지금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현실적인 정책이 더 절실한 이유다.